간증

[이천교회 성도간증 - ep.2] 그를 다시 부르신 하나님 (생명의말씀선교회, 대한예수교침례회)

danny2 2026. 5. 31. 15:30

 

[이천교회 성도간증 - ep.2] 그를 다시 부르신 하나님

그를 다시 부르신 하나님

1. 바구니 속에서 자란 아이

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니, 기억하지 못한다기보다

애초에 기억할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버지는 그의 곁을 떠났고

어머니도 오래 머물지 못했어요.

젊은 나이에

홀로 아이를 품고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너무 거칠었고,

삶은 너무 버거웠을 것입니다.

결국 그는

외할머니의 품에 맡겨졌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어린 시절은

할머니의 굽은 등과

거친 손 위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할머니는 그를 안고

마냥 울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밭일도 해야 했고,

먹고살아야 했고,

어린아이도 돌봐야 했거든요.

처음에는 그를

밭둑 근처에 눕혀두고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 밭을 매고 돌아오면,

아이의 여린 살 위에

개미와 벌레들이

붙어 있었다고 해요.

그 모습을 본 할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요.

그다음부터 할머니는

작은 바구니에 그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바구니에 줄을 묶어

허리에 매단 채

밭을 매기 시작하셨어요.

할머니가 한 걸음 움직이면,

바구니도 흙길 위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흙냄새와 풀냄새,

그리고 할머니의 거친 숨소리 속에서

자라났어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웃으며 넘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무거웠어요.

공부로 보답한 것도 아니고,

세상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엇나가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아마 그 사랑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할머니가 믿고 있던 하나님께서

그의 삶을 조용히 붙들고 계셨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2. 익숙했지만 멀어져 가던 교회

그는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할머니가 하나님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교회는

낯선 곳이 아니었어요.

하나님이라는 말도,

예수님이라는 말도,

찬송 소리도

이상하게 거부감 없이 들렸습니다.

어릴 때 시골 교회는

그에게 꽤 즐거운 곳이었어요.

교회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고,

먹을 것도 주었습니다.

작은 화면 속에서 번쩍이던 장면들과

교회에서 받았던 따뜻한 기억들은

어린 그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할머니는

시골 농사를 접고

서울로 올라오게 됩니다.

사과밭을 붙잡고 살기에는

삶이 너무 막막했을 것이고,

식당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울에 올라와서도

그는 교회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점점

재미없는 곳이 되어갔어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자

그는 예배당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꾸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왜 교회를 다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깊이 고민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신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교회에서 전하는 말씀이

자기 인생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몸은 예배당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점점

교회 밖으로 멀어지고 있었어요.

그에게 교회는

신앙이라기보다 습관이었습니다.

가야 하니까 가고,

앉아 있으라니까 앉아 있고,

끝나면 돌아오는 곳이었지요.

그렇게 그는

하나님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하나님과 점점 멀어진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3. 회색 비디오테이프가 남긴 기억

어느 날,

외삼촌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외삼촌은 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

말투에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고,

눈빛에는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습니다.

외삼촌은 가족들에게

말씀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회색 박스에 담긴

전도용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와

집에 틀어놓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집안 분위기는

곧 싸늘해졌습니다.

어른들은 수군거렸어요.

“큰일 났다.

이상한 데 빠진 것 아니냐?”

그는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랐습니다.

다만 집안 사람들이

그 말씀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외삼촌은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말씀을 들으라고 했고,

그도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그의 마음에는

말씀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몸은 배배 꼬이고,

마음은 딴 데 가 있었습니다.

전도용 비디오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은

그저 지루하게만 느껴졌고,

그는 빨리 그 시간이 끝나기만을

바랐어요.

외삼촌이 돌아간 뒤,

집안 사람들은 그 테이프를

잘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몰래

그 테이프를 꺼냈어요.

그리고 그 위에

영화를 녹화했습니다.

말씀은 지워지고,

액션 영화가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그저 재미없는 말씀 대신

재미있는 영화를 넣었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아팠어요.

‘그때 나는 뭘 지워버린 걸까.’

단순히 비디오 화면만

지운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조용히 건네신 첫 부르심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덮어버렸던 것인지도 몰라요.

4. 뒤쪽 자리에서 열린 마음

시간이 흘러

외삼촌은 교회 안에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할머니와 그를 데리고

집회에 참석하게 했어요.

그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앞에 나서는 것도 싫어했고,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했어요.

그래서 그는

강당 제일 뒤쪽에 앉았습니다.

마음속에는

큰 기대가 없었어요.

‘또 뻔한 이야기겠지.’

아마 그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씀이 시작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비디오테이프로 들을 때는

그렇게 지루하던 말씀이,

직접 강단에서 들으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성경이 풀렸습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말이

막연한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처럼 다가왔어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다녔던 교회,

습관처럼 앉아 있던 예배당,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하나님이라는 이름이

그날은 전혀 다르게 들렸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깨닫게 됩니다.

‘내가 평생 다녔던 교회가

전하려고 했던 것이 이거였구나.’

그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죄 때문에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나 동시에,

그런 자신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셨다는 복음이

그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말씀은 두려웠지만

이상하게도 달았습니다.

죄를 깨닫는 것은 아팠지만,

그 죄를 대신 담당하신

주님의 은혜를 듣는 것은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집회 마지막 날,

구원받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어요.

제일 뒤에 앉아 있던 그가

벌떡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외삼촌과 가족들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카가

앞으로 나가

구원받았다고 고백했기 때문이에요.

그날 그는 분명히

복음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했어요.

그러나 그의 신앙생활은

그 고백과 함께

곧장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집안에는 여전히

“이단”이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그 말은 그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어요.

복음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그 소문과 시선 앞에서

머뭇거렸습니다.

결국 그는

교회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세상 속으로 흘러가게 되었어요.

5. 비 오는 밤, 멈춰버린 시간

세월은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는 결혼했고,

아내는 첫아이를 품고 있었어요.

이제 곧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비 오는 밤이었습니다.

그와 아내는

출산 준비물을 사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차는 평소처럼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그의 마음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자전거를 탄 사람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습니다.

피할 틈이 없었어요.

짧고 둔탁한 충격음이

차 안을 갈랐고,

눈앞에서 사람이

허공으로 튕겨 올라갔습니다.

그 장면은

현실 같지 않았어요.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그는 그 사람이 날아갔다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틀었습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파편이 튀었어요.

아내 쪽 창문이 박살 났고,

그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더라면….’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요.

아내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고,

뱃속에 있던 아이도

위험했을 것입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길 한가운데로 달려갔습니다.

사람은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 사람의 뒷목을 붙잡았습니다.

다행히 뒤따라오던 차가 있었고,

그 차는 경찰차였습니다.

상황은 빠르게 처리되었어요.

구급차가 왔고,

경찰 조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모든 절차가 끝난 뒤,

길가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현실이 무겁게 밀려왔어요.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도로 위에는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고,

그는 빗물에 섞인 피를 닦았습니다.

손은 계속 떨렸어요.

그날 밤 그는

집에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썼고,

며칠 동안 눈물로 시간을 보냈어요.

병원에 찾아갔을 때

피해자의 가족들은

그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네가 우리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고,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어요.

그러나 한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그런 설명은

아무 힘이 없었습니다.

며칠 뒤,

그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어요.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의 시간은

그 사고의 밤에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

외삼촌 부부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는 어쩌면

인간적인 위로를 기대했는지도 몰라요.

괜찮다고,

네 잘못만은 아니라고,

너무 무너지지 말라고

말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외삼촌은

다시 교회 이야기를 꺼냈어요.

“교회에 가자.”

처음에는 야속했습니다.

‘지금 내가 어떤 마음인데,

또 교회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은 단순히

교회에 나오라는 권유가 아니었습니다.

무너진 그의 마음을

다시 말씀 앞에 세우려는

하나님의 부르심이었어요.

결국 그는

집회에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6. 두 번째 사고가 열어준 길

교통사고로 차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야 했어요.

출근길에는

큰 내리막이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

꽤 속도가 나는 길이었어요.

그날도 그는

동료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동료가 앞서가고,

그는 그 뒤를 따라갔어요.

내리막을 내려가던 순간,

자전거가 과속방지턱에 걸렸습니다.

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다행히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헬멧은 깨졌고

몸은 엉망이 되었어요.

한참이 지나도

그가 따라오지 않자,

앞서가던 동료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는 길가에 쓰러져

끙끙거리고 있었어요.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고,

뜻밖에도 일주일 휴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몸은 다쳤지만,

그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 휴가 덕분에

그는 집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붕대를 감은 몸으로,

임신한 아내와 함께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두 사람은 상담실로 들어갔고,

말씀은 다시 시작되었어요.

그 순간 그는 느꼈습니다.

‘오아시스 같다.’

메마른 사막을 걷던 사람이

물을 만난 것 같았어요.

오래전 들었던 말씀이

다시 살아났고,

벽에 걸린 성경 강의 포스터만 보아도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래, 이거였어.

내가 들었던 말씀이 이거였어.’

그는 말씀을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오래전 자신은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했지만,

주님을 자신의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지는 못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때 비로소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고백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신앙생활을 해봐야겠다.’

그는 아내에게도

자신이 들은 말씀을 전했습니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며

흘리듯 이야기했던 복음이었지만,

이제는 달랐어요.

자기 인생을 붙잡은 말씀으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내도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회가 끝난 뒤,

두 사람은 교회 가운데서

신앙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물론 마음먹는 것과

실제로 살아내는 것은 달랐습니다.

예배 시간에 뒤쪽에 앉아 있다가도,

목사님의 기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도망치기도 했어요.

교회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결심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두려움과 어색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는 말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7. 남은 인생은 두 사람 몫으로

그는 하나님 앞에

조용히 서원했습니다.

‘주님,

저같이 없고 천하고

멸시받을 사람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 흘려주셨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주님 앞에 살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 사람 때문이었어요.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을 맞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사건을 통해

자신이 다시 교회 가운데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생각했습니다.

‘남은 인생은

두 사람 몫으로 살아보자.’

하지만 그 결심 이후

그의 삶이 곧바로

편안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려움은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허리가 무너져

병원에 한 달 동안

누워 있어야 했고,

아이들이 아팠으며,

아내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밀려왔어요.

빚이 생겼고,

분유값이 없어

마음을 졸이던 날도 있었습니다.

헌금할 돈이 없어

부끄러웠던 순간도 있었고,

차량 봉사를 해야 하는데

기름값이 없어

카드로 버티던 때도 있었어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 무너진 마음을

겨우 붙잡고

말씀 앞으로 돌아왔는데,

삶의 문제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흔들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모든 시간을

지나가게 하셨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 어려움들은

그를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마음을 높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자신이 잘나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붙들려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했습니다.

그는 자주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할 힘을 주세요.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주세요.

저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그의 마음속에는

끝내 넘지 못한 말씀이

하나 있었습니다.

“네 부모에게 순종하라.”

그 말씀은

그의 마음속에

큰 돌처럼 놓여 있었어요.

8. 부르지 못한 이름

그에게 어머니는

상처였습니다.

두 살 무렵

자신을 두고 떠난 사람.

살아 있다고는 들었지만,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닫혔습니다.

그리고 “네 부모에게 순종하라”는

말씀 앞에서는

늘 힘이 빠졌어요.

교회에서는 봉사했습니다.

전도도 했어요.

나름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다른 말씀에는

순종하려고 하면서도,

그 말씀만큼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요.

어느 날

외삼촌 부부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네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것이 확인됐으니,

그 영혼은 한번 살려야 하지 않겠냐.”

그는 서울로 올라가

어머니를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정말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수양관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데려다 놓았다는 말보다,

마음으로는 던져놓았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을지도 몰라요.

그만큼 그의 마음은

닫혀 있었습니다.

며칠 뒤,

어머니는 말씀을 듣고

구원 간증을 했습니다.

그는 그 사실을 들었어요.

감사해야 했고,

기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끝내 한 단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엄마.”

그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는 어머니의 생존만 확인한 채,

다시 모른 척하며 지냈습니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부끄러움이었어요.

말씀은 알고 있었지만

순종하지 못한 자리.

은혜를 받았지만

사랑하지 못한 자리.

바로 그곳이

그의 마음을 오래도록 눌렀습니다.

9. 고구마밭에서 걸려온 전화

그날은 하늘이 맑았습니다.

그는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있었어요.

흙 속에서

커다란 고구마가 나올 때마다

신이 났고,

사진까지 찍으며 기뻐했습니다.

“이것 좀 봐라.”

그렇게 웃고 있던 그때,

전화가 왔습니다.

외삼촌이었어요.

전화를 받는 순간,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때때로

말이 나오기도 전에

어떤 소식을 직감하거든요.

수화기 너머에서

외삼촌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올라가 보니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숨을 거둔 뒤였어요.

욕실에서 쓰러진 채

열흘 이상 지난 것 같았습니다.

시신은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웠고,

그는 어머니를 온전히

수습할 수도 없었어요.

장례는 조용히 치러졌습니다.

그는 교회 형제자매들에게도

소식을 알리지 않았어요.

알릴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끝내 순종하지 못했던

그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를 향해

끝내 마음을 다하지 못했던

부끄러움도 떠올랐어요.

그래서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화장터에 홀로 서 있던 그때,

그는 처음으로

깊은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사람이 참 외롭구나.’

어머니도 외로웠을까

생각했어요.

자신도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그 외로움 속에서

이상하게도 하나님의 위로가 있었어요.

인간은 누구나 같은 길을 갑니다.

태어나고,

살고,

떠납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하나님이 자신에게

특별한 은혜를 주셨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에 남았어요.

그를 오래 누르고 있던 돌 하나가,

그날 이후 조금씩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더 이상

그를 짓누르던 모양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10. 우연이라 하기 어려운 은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마다,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바로 뒤에 경찰차가 있었던 일.

사고 몇 달 전,

우연히 운전자 보험을

들게 되었던 일.

큰 어려움 속에서도

감당할 길이 열렸던 일.

그리고 자전거 사고로 얻은 휴가 때문에

다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일까지.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우연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 모든 일은

하나의 선처럼 이어져 있었어요.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부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물론 그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앞에 나서 간증하는 것도

두려웠어요.

입으로는 주님을 말하면서,

삶으로는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났습니다.

유다가 입맞춤으로

예수님을 팔았다는 말씀이

그의 마음에 걸렸습니다.

‘나는 겉으로는

주님께 입맞추는 것처럼 살면서,

실제로는 주님을 배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두려움은

그를 무너뜨리기보다

낮추었어요.

자신의 연약함을 알게 했고,

은혜 없이는 설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연약했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부끄러운 기억도 있었어요.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그를

붙드셨다는 것입니다.

없는 자 같고,

미련한 자 같고,

멸시받는 자 같은 그를

하나님께서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11.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주님,

남은 생활은

주님 앞에 살고 싶습니다.”

그 고백은 화려하지 않았어요.

누구를 감동시키려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오랜 세월

돌아오고,

넘어지고,

도망치고,

다시 붙들린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드리는

낮은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기도합니다.

자신이 전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씀 앞에 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처럼 오래 돌아가지 않기를

기도해요.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도

조용히 만져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처도 남아 있고,

후회도 남아 있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것 위에

은혜가 남았습니다.

그 은혜가

그를 다시 걷게 했고,

그 은혜가

그를 다시 말씀 앞으로 세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조용히 고백합니다.

“주님,

저도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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